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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영양소 보존은 채소를 무조건 생으로 먹거나 무조건 익혀 먹는 대신, 채소의 종류와 챙기고 싶은 영양소에 맞춰 생식, 찜·데치기, 볶기 같은 조리법을 골라 영양소 손실은 줄이고 흡수는 돕는 방법을 말합니다. 비타민 C와 엽산 같은 수용성 비타민은 물과 열에 영향을 받기 쉽고, 베타카로틴 같은 지용성 성분은 익히거나 기름과 함께 먹을 때 더 잘 흡수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채소를 먹느냐와 함께 어떻게 조리하느냐를 살펴보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브로콜리를 삶으면 영양소가 다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도 한동안 채소는 생으로 먹어야 제일 좋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찾아보니 생으로 먹는 것이 항상 정답도 아니었고, 익힌다고 무조건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직접 찾아보고 바꿔 본 경험을 바탕으로 생식, 찜·데치기, 볶기 세 가지를 차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생식 — 수용성 비타민을 지키는 방법
생으로 먹을 때의 장점
비타민 C와 엽산은 물에 녹는 수용성 비타민이라, 채소를 물에 오래 삶으면 일부가 조리수로 빠져나가거나 열로 줄어들 수 있습니다. 생으로 먹으면 이런 가열 과정의 손실을 피할 수 있습니다. 2018년 학술지 식품과학과 생명공학(Food Science and Biotechnology)에 실린 국내 연구에서는 쑥갓, 아욱, 시금치, 근대 등을 데치기, 삶기, 전자레인지, 찜으로 조리했더니 비타민 C 잔존율이 0%에서 91.1%까지 크게 차이 났고, 대체로 삶기에서 가장 낮았습니다.
(참고) Food Science and Biotechnology - Effect of different cooking methods on the content of vitamins
생식이 늘 정답은 아니다
같은 연구에서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E(알파토코페롤)는 채소와 조리법에 따라 생채소보다 익힌 채소에서 오히려 더 높게 측정되기도 했습니다. 또 단단한 채소는 사람에 따라 생으로 씹거나 소화하기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생식은 파프리카, 양상추, 오이처럼 생으로 먹기 편하고 비타민 C를 챙기고 싶은 채소에 쓰는 편이 좋다고 정리했습니다.
제가 바꾼 생채소 습관
저는 생채소를 먹을 때 흐르는 물에 꼼꼼히 씻고, 썰기 직전까지 통째로 두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미리 잔뜩 썰어 두기보다 먹을 만큼만 손질하니 시들어서 버리는 양도 줄었습니다. 생으로 먹는 채소일수록 도마와 칼을 고기용과 따로 쓰는 것도 함께 챙기고 있습니다.
- 수용성 비타민 — 비타민 C, 엽산은 물과 열에 영향을 받기 쉬움
- 생식의 장점 — 가열과 조리수로 인한 손실이 없음
- 생식의 한계 — 단단한 채소는 소화가 불편할 수 있고, 일부 성분은 익혔을 때 더 높게 측정되기도 함
- 위생 — 흐르는 물에 씻고, 생채소용 도마와 칼 따로 쓰기

요약: 비타민 C와 엽산 같은 수용성 비타민은 생으로 먹을 때 손실이 가장 적고, 국내 연구에서도 대체로 삶기의 비타민 C 잔존율이 가장 낮았다. 다만 베타카로틴처럼 익혔을 때 더 높게 측정되는 성분도 있으니, 생식은 생으로 먹기 편한 채소 위주로 활용하자.
찜·데치기 — 물에 오래 담그지 않기
찜이 유리한 이유
찜은 채소를 끓는 물에 담그지 않고 뜨거운 수증기로 익히는 방법입니다. 2009년 학술지 저장대학교 과학회보 B(Journal of Zhejiang University SCIENCE B)에 실린 브로콜리 연구에서는 찜, 전자레인지, 삶기, 볶기 등 여러 조리법을 비교했는데, 찜을 제외한 모든 조리법에서 비타민 C가 크게 줄었습니다. 연구진은 영양소 보존 면에서 찜이 가장 나은 방법으로 보인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데치기는 짧게
데치기는 끓는 물에 채소를 짧게 담갔다 꺼내는 방법이라, 물에 닿는 만큼 수용성 비타민이 일부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대신 조리 시간이 짧고 색과 식감을 살리기 좋아서 나물 반찬에 잘 어울립니다. 저는 시금치를 데칠 때 물이 팔팔 끓은 뒤에 넣고, 숨이 죽으면 바로 건져 찬물에 헹구는 식으로 시간을 줄였습니다.
조리수는 국물로
채소를 데치거나 삶은 물에는 빠져나간 수용성 성분이 일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깨끗한 채소를 데친 물은 된장국이나 찌개 국물로 쓰기도 합니다. 다만 빠져나간 영양소를 모두 되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흙이나 이물질이 많이 나온 물은 버리는 것이 낫습니다.
- 찜 — 물에 잠기지 않아 수용성 비타민 손실을 줄이기 좋음
- 데치기 — 물이 끓은 뒤 넣고, 숨이 죽으면 바로 건지기
- 삶기 — 물에 오래 담글수록 수용성 비타민 손실이 커질 수 있음
- 조리수 — 깨끗한 채소를 데친 물은 국물로 활용

요약: 브로콜리 연구에서 찜을 제외한 모든 조리법에서 비타민 C가 크게 줄었고, 연구진은 찜이 영양소 보존에 가장 나은 방법으로 보인다고 했다. 물에 담그는 조리는 짧게 하고, 깨끗한 채소를 데친 물은 국물로 활용해 손실을 줄여 보자.
볶기 — 지용성 영양소와 기름 한 숟가락
베타카로틴은 기름과 함께
당근에 많은 베타카로틴은 카로티노이드라는 색소 성분의 하나로, 몸에서 비타민 A로 바뀔 수 있는 지용성 성분입니다. 2004년 미국임상영양학회지(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실린 연구에서는 시금치, 로메인, 방울토마토, 당근 샐러드를 무지방, 저지방, 일반 드레싱과 함께 먹게 했는데, 무지방 드레싱과 먹었을 때는 베타카로틴이 거의 흡수되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고지방 식사를 권하는 것이 아니라, 아보카도나 치즈처럼 약간의 지방을 곁들이는 정도를 제안했습니다.
익히면 흡수가 늘 수 있다
2003년 유럽영양학회지(European Journal of Nutrition)에 실린 소규모 연구에서는 기름을 넣은 식사에서 생당근을 다져 먹었을 때보다 익혀서 곱게 간 당근을 먹었을 때 베타카로틴이 더 많이 흡수됐습니다. 제가 당근을 생으로 씹어 먹다가 기름에 살짝 볶아 먹는 쪽으로 바꾼 것도 이 자료를 보고 나서였습니다. 기름에 볶으면 칼로리만 올라간다고 생각했는데, 적당한 기름은 지용성 성분을 흡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었습니다.
(참고) European Journal of Nutrition - β-carotene bioavailability from differently processed carrot meals
오래, 세게 볶지 않기
볶기가 모든 영양소에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앞의 브로콜리 연구에서는 볶기와 볶은 뒤 삶기에서 글루코시놀레이트와 엽록소 손실이 가장 컸습니다. 그래서 저는 팬을 충분히 달군 뒤 기름을 한 숟가락 정도만 두르고, 채소가 타거나 마르지 않도록 짧게 볶습니다. 당근, 파프리카, 애호박처럼 익는 속도가 다른 채소는 단단한 것부터 넣습니다.
- 지용성 성분 — 베타카로틴 같은 카로티노이드는 지방과 함께 먹을 때 흡수에 유리
- 기름 양 — 많이 쓰기보다 한 숟가락 정도로 적당히
- 볶는 시간 — 오래, 세게 볶으면 열에 약한 성분 손실이 커질 수 있음
- 순서 — 당근처럼 단단한 채소부터 넣기

요약: 2004년 연구에서 무지방 드레싱과 먹은 샐러드는 베타카로틴이 거의 흡수되지 않았고, 2003년 연구에서는 익힌 당근이 생당근보다 베타카로틴 흡수가 많았다. 당근 같은 채소는 적당한 기름에 짧게 볶되, 오래 세게 볶으면 다른 성분 손실이 커질 수 있으니 시간을 짧게 하자.
자주 묻는 질문
Q. 채소는 생으로 먹는 게 무조건 더 좋은가요?
A.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생으로 먹으면 비타민 C나 엽산 같은 수용성 비타민 손실을 줄일 수 있지만, 베타카로틴처럼 익혔을 때 더 높게 측정되거나 더 잘 흡수되는 성분도 있습니다. 채소의 종류와 챙기고 싶은 영양소에 따라 생식과 익힌 채소를 번갈아 먹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Q. 채소를 삶으면 영양소가 다 없어지나요?
A. 모두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삶는 동안 수용성 비타민 일부가 조리수로 빠져나가고, 손실 정도는 채소 종류와 조리 시간에 따라 다릅니다. 물에 담그는 시간을 짧게 하고, 깨끗한 채소를 데친 물은 국물로 활용하면 손실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Q. 찜이 모든 채소에 가장 좋은 방법인가요?
A. 찜은 물에 잠기지 않아 수용성 비타민 보존에 유리한 편이지만, 만능 조리법은 아닙니다. 당근처럼 베타카로틴이 많은 채소는 기름과 함께 조리할 때 흡수에 유리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방법만 고집하기보다 채소의 특성에 맞게 번갈아 활용하는 편이 좋습니다.
Q. 채소를 볶을 때 기름은 얼마나 써야 하나요?
A. 정해진 양은 없지만, 연구진도 고지방 식사가 아니라 약간의 지방을 곁들이는 정도를 제안했습니다. 저는 한 번 볶을 때 한 숟가락 정도를 두르고, 기름을 더 붓기보다 불 세기와 볶는 시간을 조절합니다. 볶은 채소뿐 아니라 생채소 샐러드에 올리브유나 견과류를 조금 곁들이는 것도 방법입니다.
결론
채소 조리법을 찾아보면서 가장 크게 바뀐 생각은 정답이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비타민 C를 챙기고 싶은 채소는 생으로 먹거나 찌고, 나물은 짧게 데치고, 당근처럼 베타카로틴이 많은 채소는 기름 한 숟가락에 짧게 볶는 식으로 채소마다 다르게 접근하니 식탁도 훨씬 다양해졌습니다.
거창하게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 장바구니에 담은 채소 하나를 떠올려 보고, 그 채소에 맞는 조리법 하나만 골라 보세요. 생식, 찜·데치기, 볶기를 번갈아 쓰는 작은 습관이 채소를 가장 알차게 먹는 방법이었습니다.
참고 자료
- Lee 외, Food Science and Biotechnology (2018), Effect of different cooking methods on the content of vitamins and true retention in selected vegetables
- Yuan 외, Journal of Zhejiang University SCIENCE B (2009), Effects of different cooking methods on health-promoting compounds of broccoli
- 아이오와주립대학교(Iowa State University), Got fat? You need it to reap cancer-prevention benefits of vegetables
- Livny 외, European Journal of Nutrition (2003), β-carotene bioavailability from differently processed carrot meals in human ileostomy volunteers
※ 학술 자료를 참고해 작성했으며, 개인 경험과 일반 건강 정보를 구분해 정리했습니다. 소화 기능이 약하거나 식이 제한이 있다면 의료진과 상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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